[학술활동] 제1회 콜로키움 : 사회적 트라우마와 인문상담
강연 소개
본 강연은 인문상담적 입장에서 사회적 트라우마를 함께 성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헨리 나우웬은 <상처 입은 치유자>의 개념을 통해 치유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치유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를 토대로 『천사들은 우리옆집에 산다』를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처하기 위한 자세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강연자 정혜신(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와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외래 교수를 거쳐 정신과 클리닉 ‘마음과 마음’, 이후 ‘직장 남성을 위한 상담 클리닉’을 운영했다. 2003년 (주)정혜신 심리분석연구소를 열어 인간 삶의 ‘다면성’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를 해왔다. 2008년부터 고문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만든 재단 ‘진실의 힘’에서 고문치유모임의 집단상담을 이끌었고, 2011년,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집단 상담을 시작하였으며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만들었다. 현재 (주)마인드프리즘의 CCO(Chief Contents Officer)이다. 저서로는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 《남자 vs 남자》 《사람 vs 사람》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 《홀가분》 등이 있다.
강연 내용
연이은 사회적 재난과 폭력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어느새 ‘트라우마’ 또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정신의학적 용어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는 그리 높지 않으며 오히려 피해자들을 또다른 잣대로 재단하여 상처를 입혀온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마음을 나누기는커녕 오히려 상처를 퍼뜨리고만 있는 이 사회에서 사회적 치유란 어떻게 가능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트라우마를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분리해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나 쌍용차 사태 등과 같이 사회적인 맥락에서 발생한 트라우마는 개인의 내면적인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결코 치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혜신은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들의 싸움은 곧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몸부림이며, 그 싸움을 위해서도 치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정혜신은 이를 ‘잘 싸우려면 치유가 되어야 하고, 치유되어야 잘 싸울 수 있다’는 말로 표현한다.
그런 점에서 개별적인 한 인간의 마음에 집중하고 개인의 존재를 존중하는 일은 사회적 치유의 실마리이자 사회적 소통과 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혜신 박사가 강조하는 것이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라는 개념이다. 상처를 입은 적이 있고 그 상처를 치유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치유자가 될 수 있고, 그런 사람이 곧 최고의 치유자라는 것. 정혜신은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두가 서로에게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곧 사람은 누구나 본래 온전한 존재이며 스스로 치유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치유의 핵심은 스스로 자신의 치유적인 힘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복잡한 기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일상의 근본적인 요소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치유적 공기와 자극이라는 것. 그런 치유의 핵심을 공유하고 치유적 공기가 번져나가게 하는 의사를 넘어 치유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정혜신 박사의 삶은 미래의 인문상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풍부한 함의를 가질 것이다.
강연 장소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304호
강연 일시 2015년 6월 1일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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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6-1호]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소식지
<발행일 : 2015년 6월 25일>
본교 인문상담학연구소는 지난 6월 1일 <사회적 트라우마와 인문상담>이라는 주제로 제1회 콜로키움(Colloquium)을 개최하였다. 본 강연은 오픈 강의로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이혜성 총장, 본교 교수진, 재학생과 졸업생, 외부 참여자를 포함한 140여명의 참여자가 참석한 가운데 인문상담학연구소장 노성숙 교수의 사회로 오후 6시 30분부터 약 3시간에 걸쳐 교내 대강당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강연자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를 초빙하여 인문상담적 입장에서 사회적 트라우마를 함께 성찰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안산에 거주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한 치유공간 '이웃'을 운영하고 있는 정혜신 박사는 지난 4월 본교 진은영 교수와 함께 사회적 트라우마에 관한 책,『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정혜신, 진은영 저, 창비, 2015)를 집필한 바 있다. 콜로키움을 함께 한 140여명의 참여자들은 이 시간을 통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고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들의 자세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박사는 헨리나우웬의 <상처입은 치유자>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치유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치유자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또한 정박사는 시(詩)와 함께하는 ‘내 마음 보고서’, ‘세월호 희생자 생일모임’ 등의 사례를 소개한 후 예술의 치유적인 힘을 강조하며 인문상담과의 연결지점을 모색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참석한 참여자들은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 얼어붙은 마음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강연자의 이야기를 통해 "상담자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트라우마를 대하는 스스로의 태도를 돌아보고 정비할 수 있었다","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해 무력해졌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는 등 소감을 밝혔다.
인문상담학연구소는 앞으로 분기별로 콜로키움을 개최하여 상담에 관심 있는 본교 재학생, 졸업생, 일반인과 함께 인문상담학의 지평을 넓혀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