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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5] 개교 13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논평자 참여 소감 : 문학상담 박사수료 김상아 (0) 관리자 LV.42 0 2 2023-05-25 15:36

 

개교 13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인문상담학, 한국상담학의 새 지평을 향하여> 논평자 참여 소감   

"내가 '나'로 채워질 때"

 

   김상아 (본교 문학상담 박사수료 / 인문상담사 2급 / 상담심리사 전문가)

 

오월의 햇빛도, 지나가는 바람도, 인스턴트 커피 향마저도 적당히 좋은 그런 토요일. 최근 들어 가장 떨리고 분주했던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맡은 시간은 겨우 10분 남짓한데 뭐가 그리 많은 시간에 마음을 쏟게 만들었을까요. 부담감과 긴장감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기대감과 설렘을 느끼며 그 시간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요.

이 시간은 이상하게도 처음 박사과정 면접일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아 교수님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횡설수설했던 제 자신이 무척 부끄러웠지요. 올해는 안 되겠구나 싶었지만, 총장님의 학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철학과 문학을 아주 가까이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입학이 될 때까지 지원하겠다는 근거 없는 배짱을 부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해 입학하여 지금까지 문학상담 전공생으로서의 행복한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는 어디에 소속되어있는가, 누구를 만나는가가 참 중요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만남이 순수하게 저의 자발적인 의지로만 선택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20대에 부산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한두 번밖에 다녀간 기억이 없는 낯선 서울로 오게 되어 본격적으로 상담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기회가 주어지는 곳이면 별로 가리지 않고 적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서툴고 미숙한 자신을 견디는 것이 무척 힘들었고, 내가 아니라 다른 유능한 상담자를 만났다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내담자들께도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옷인지, 좋은 것인지 판단할 여유도 없이 무조건 배우고 익히고 따라했습니다. 물론 이 우연한 마주침 속에서도 저는 많이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교에서 긴 공백을 깨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것, 아직은 심리상담 분야에서는 생소하게 생각되는 문학상담을 전공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제가 저를 잘 탐구하고 헤아려서 선택한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의 만남과 다양한 경험은 저에게는 한 순간도 빼놓고 싶지 않은, 저를 풍성하게 채우는 것들이 되었습니다.

학술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생긴 단체 톡 방은 시작 전에도 그러했지만, 끝나고 나서도 바쁘게 울렸습니다. 서로에게 감동하고, 감사하고, 응원하고, 기대하는 말들로 가득 찼습니다. 이것은 서로가 완벽해서,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게 되는 경험을 함께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독특성과 다름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존중하고, 그 다름으로 풍성하게 채워지는 시간.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인문학이 지향하는 바이며, 문학상담자로서 제가 계속해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를 이번 세미나에서 살짝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도 계속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전공생일 것입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총장님과 교수님들께 감사드리며, 함께 할 수 있는 동지들이 있어 얼마나 든든하고 뿌듯한지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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