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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08] 知音과 함께하는 사계절 북클럽: 한 사람을 위한 읽기 ‘여름’ 참여 소감 (0) 관리자 LV.48 1 2 2025-12-15 12:00

 

知音과 함께하는 사계절 북클럽: 한 사람을 위한 읽기 ‘여름’ 참여 소감

무거운 마음으로 열었던 책, 『양심』이 전하는 메시지

 


 

 

 

석사과정 31기 남승지

 

 

처음으로 “知音과 함께하는 사계절 북클럽” 참여 기회를 얻어서 기뻤는데, 책의 제목을 보고 멈칫했다. 『양심』. 최재천 교수님 표현대로 나는 스스로가 “양심에 털 났다”고 생각했던 경우가 많았기에, 괜히 찔려서 책을 펼쳐보기가 겁났다.

 

그래서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목차를 보고 끌리는 부분부터 읽어나갔다. 서울대 졸업식 연사를 맡으셨던 최재천 교수님께서 쌍욕을 들어가며 호주제 폐지에 앞장서셨고, 여러 기관과 단체들의 반대와 비판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족관에 갇혀 정신이 힘들어진 돌고래를 바다에 풀어주셨고, 실험실의 흰 쥐를 아무 생각없이 죽이던 손이 떨려와 전공을 바꾸셨던 일화들이 자세히 쓰여 있었다.

 

교수님의 유투브 강연도 찾아보았다. 흰 쥐들의 ‘양심’에 관한 실험을 인용하셨다. 한 무리의 흰 쥐들에게 먹이를 주지 않아 신음하며 굶어죽어가자, 그 옆에서 계속 먹이를 제공 받아먹던 무리의 쥐들도 먹기를 거부하더라는 내용이었다. 이 결과가 진짜라면, ‘양심’이라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기 이전에 포유류로서 가진 것일 테니, 인간으로서 각박하게 살며 잊혀져간 ’양심‘을 회복하자는 메세지였다.

 

그리고 최근에 온라인상에서 자주 보였던 야구장을 들여다보는 세 사람 그림 이야기도 하셨다. 교수님께서 더 주안점을 둔 ’양심‘은, 법과 제도를 지키는 ’공평‘을 위한 양심을 넘어서, ’공정‘을 향한 ’양심‘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알면 사랑한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일단 알아야 사랑할 수 있다고 하셨다. 대다수의 사람은 ‘중간 키’에 해당하기에, 최소한 주위에 키가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또 관심을 가져야 어떤 사유든 감정이든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서 자연으로 확장해서, 자연을 정말 잘 알게 된다면 사랑할 수밖에 없고 함부로 훼손하고 인간의 욕망에만 맞추어 활용하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예전에 한나 아렌트의 ‘무사유의 죄’라는 말을 배울 때 엄청 충격적이었다. ‘나의 사유가 닿지 못하는 범위가 엄청 많을 텐데, 내가 알지 못하고 저지르는 폭력도 엄청 많았겠구나. 내가 뭔가를 비난하는 것이 참 당치 않구나,’하는 것을 깨달았다.

 

『양심』의 메세지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북클럽 중에도 여러 선생님들께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있어서 어디까지를 ’양심‘으로 봐야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셨다. 지나온 삶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곁들여 각자가 고민한 지점을 나눠주셨다. 살면서 이런 주제에 고민을 했지만 여전히 ’양심‘이라는 단어는 인간의 다양성만큼 다양할 수밖에 없으니 각자 고민한 지점에서 각자의 양심을 존중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귀결되었다.

 

하지만 인간이 고기를 먹는 것조차 폭력으로 보고 양심에 털 난 것으로 생각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에게 가하는 크고 작은 폭력에 대해 인지하고 너무 폭력적이지는 않도록 조심하자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이번 책 제목의 ‘양심’과는 조금 다른 결인 것 같긴 하지만, 7년 전 내가 본교에 입학하고자 스터디에 참여했을 때 내 마음에도 ’양심‘이라는 단어가 걸렸고 그 핑계로 포기했었다. ’나처럼 여전히 자주 우울한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우울을 상담하는 사람이 되려고 할 수 있어? 양심에 찔리지 않아?’라는 생각을 했었다.

 

인문상담학적인 생각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은 미숙한 생각이었던 것이 이제야 보인다. 내가 도움을 받았던 상담에서도 ‘관계’가 상담의 핵심이었던 만큼, 내가 상담에 임하는 내 마음의 진실성에 대해 ‘양심’에 찔리지 않는다면, 그 실력이나 자격에 대한 ‘양심’을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관계’를 회피하려는 도구가 될 것 같다. 이것은 이번 북클럽뿐만 아니라 지난 ‘얄롬 특강’에서 여러 가지 상담 사례를 보여준 ‘삶과 죽음 사이에 서서’ 책에서도 여러 번 느낀 점이었다.

 

이번 북클럽 기회가 아니었다면 스스로 최재천 교수님의 『양심』은 접하지 못했을 것 같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번 북클럽 이후에 한 지인이 『모순』이라는 제목의 책을 권했다. 또 한 번 용기를 내어 그 책도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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