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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9] 진은영 교수,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 수상 (0) 관리자 LV.39 0 3 2023-09-25 09:19

 

진은영 교수,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 수상

 

 

진은영 교수(문학상담 전공교수/시인/인문상담사 전문가)가 특별상 수상작가로 선정된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의 시상식이 지난 9월 12일 은평구 진관사한문화체험관에서 거행되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은평구에서 50여 년 동안 작품활동을 해온 통일문학의 대표 문인 故이호철 작가의 문학 활동과 통일 염원의 정신을 기리고, 향후 통일 미래의 구심적 역할을 하고자 은평구에서 제정하였다. 수상자는 언어 및 국적과 관계없이 현재 활동 중인 작가를 대상으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 젠더, 난민, 인종, 차별, 폭력, 전쟁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문학적 실천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작가 중 선정하여 시상한다.

특별상 선정위원회는 선정 경위에 대해 “진은영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는 전작 이후 거의 10년 만에 나온 작품이다. 건강 문제와 시에 대한 고민으로 보낸 그 시간에 대해, 시인은 시집 첫머리의 ‘시인의 말’을 통해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이 흘러갔다’고 적고 있다. 그는 또한 시(인)의 사회적 위치와 기능을 묻는 한 강연에서 ‘시인은 침묵함으로써 대화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등단 이후 줄곧,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는 글쓰기’에 천착해왔다. 공동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와 다양한 삶의 문제들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삶을 문학적으로 가시화하는 일, 그 어렵고 힘든 일을 이번 시집에 묶인 42편의 강렬하고 감각적인 시들이 저마다 아름답게 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진은영 교수는 2000년 문예지 『문학과사회』 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03년에 첫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냈다.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2008), 그 뒤 『훔쳐가는 노래』(2012)를 차례로 선보이며, 감각적인 은유와 선명한 이미지로 낡고 익숙한 일상을 재배치하는 한편 동시대의 현실에 밀착한 문제의식을 철학적 사유와 시적 정치성으로 풀어내 왔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았고, 미국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소설 『메리 벤투라와 아홉 번째 왕국』(2020) 및 시집 『에어리얼』(2022)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혜성 총장은 바쁜 일정 가운데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여, “첫 시집으로부터 딱 이십 년 되는 해에 뜻깊은 상을 받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진은영 교수의 수상을 축하하였다.

 

수상 소감

모든 상(賞)은 작가의 삶에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선물을 받은 사람은 기쁘고 행복하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귀하고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된 제가 지금 그렇습니다. 얼마 전 시인 루이스 하이드의 『선물』을 읽었습니다. 하이드에 따르면 선물은 어떤 것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우연히 한 사람에게 환대의 의미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 환대의 느낌은 당신이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이 받은 선물을 전달해야 할 뜻깊은 소명을 가지게 되었음을 환기시킵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이라는 선물은 제가 매우 특별한 문학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초대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 문학 공동체는 아무리 슬프고 가혹한 현실이라도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그 슬픔과 고통 속에 한 존재가 생생히 실존했었음을 기억하고 전하려는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이호철 작가의 많은 작품이 독자들의 마음에 그런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문학상의 이름으로 그 공동체의 한가운데로 불려 나온 저는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이 아름답고 사실적인 문학의 공간을 지켜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 공간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그것은 물론 제가 받았던 문학적 선물을 또 다른 이에게 소중히 건네는 일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이겠지요. 제가 위대한 선배 작가들로부터 받았던 선물에 비해 제가 건네게 될 선물은 보잘 것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작업들은 이호철 작가의 『나상』에서 전쟁포로가 된 형이 힘겹게 얻어다 같은 처지의 동생에게 몰래 전하는 찬밥 한 덩이처럼 가난하고 쓸쓸한 모양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온기를 확인하는 데는 그것이라도 괜찮다고,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이호철 작가는 우리에게 다정하게 말해 줍니다. 텅 빈 백지 앞에서 두려움과 환멸과 조급증이 뒤섞인 어둠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이호철 선생님의 등장인물들이 울먹이고 흐느끼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그 소리를 따라 백지 밖으로 나갔다가 역사의 빈자들의 손을 잡고 다시 백지 안으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하이드는 선물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빈 그릇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 끌린다고 말합니다. 토마스 머튼 신부는 부처님의 탁발 그릇이 “모든 존재가 지닌 상호의존성의 표현으로서 모든 존재는 선물에 열려 있다”는 점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오늘 저에게 ‘통일로’라는 단어는 선물의 본성을 강력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이 단어는 저희 세대가 자주 망각하는 분단의 현실과 더불어 이 세계와 인간존재의 연결감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선물은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더 빈 그릇으로 흘러들어야 합니다. ‘통일로’는 우리가 조금 더 가진 것을 판문점 너머의 형제들, 고통 받는 이웃, 더 가난한 나라의 자매들, 그리고 우리가 매일 만나는 비인간들과 나누고 보살피고 함께하라는 선물의 정신을 품은 길입니다. 그것이 가리키는 평화의 방향을 따라 더디지만 열심히 걸어가겠습니다. 귀한 선물의 정신을 제 문학의 그릇에 가득 채워주신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 선생님들, 그리고 은평구 시민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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